한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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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이라서
  • 황영준 목사
  • 승인 2019.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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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배당을 건축하기 전에 예배 드렸던 곳(북성교회)
지금 예배당을 건축하기 전에 예배 드렸던 곳(북성교회)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카톡에 올라온 글.

김 장로님께 어려운 무슨 일이 있어 이런 글을 올렸나 싶어 내용을 열어보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가을 빛 동해 대진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한센인이라 사람들 없는,
아무도 없는 바닷가 갈매기 벗 삼아.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그냥 기분 상쾌합니다.
목이 터져라 소리도 질러보건만 아무것도 없네요.
역시 혼자입니다.
한센, 나 혼자뿐이네요.
돌아섭니다. 그냥.
아름다움 뒤로하고.
9월 20일 오후 5시 17분”

그래요. 한센병을 앓고 있을 때 소록도에 입원해 살다가 치료가 되어 정착촌(경북)으로 퇴원했고, 자립할 마음으로 축산을 해서 경제적 기반을 닦았고, 결혼해서 가정을 일구었으며. 자녀도 있다. 그의 자랑이기도 하다.

내가 종종 소록도 소식을 카페에 올리면서 소식이 연결되었고, 모처럼 소록도를 방문하였을 때 만나 뵌 적이 있어, 수년을 전화도 하고 글로 만나기도 했는데 이런 글이 올라와서 믿음으로 살아가는 분께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던 것이다.

꿈을 앗아간 한센병이 치료되었고, 누구에게도 옮겨지지 않지만 세상 사람들이 보는 눈은 여전히 경계하고, 외면하고, 혐오하고. 때로는 말로서 상처를 주니 가슴 아픈 일이다. 몸에 심한 장애가 남은 분은 세상 사람들과 섞여 살 수 없어서 소록도에 눌러 산다. 그런 사람들끼리 살면서 표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한 것이다.

그분들을 찾아가서 기도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에 내게도 기쁨이기 때문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무슨 일이었을까. 여름 지나고 사람들 떠나버린 가을 해수욕장, 그것도 늦은 오후에 찾아가 아무도 없는 데서 소리쳐보는 답답함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없는, 아무도 없는 바닷가...’ 그곳이 편했던 모양이다.

지난 9월 5일. 『소록도 교회사』-소록도교회가 걸어온 지난 100년간의 발자취-를 발간했다. 이 책을 감수하면서 소록도교회 역사와 지난날 성도들이 남겨놓은 눈물겨운 간증을 읽었다. 소개하고 싶었던 내용이다.

윤일심 씨가 『성서조선』(1936. 1월)에 썼던 간증 한 부분이다.

8․15 해방 전이다. 좋은 치료 약이 개발되기 전이었고, 거주나 먹는 것이 무척 열악했던 시절이다. 그런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도 ‘오직 예수, 오직 천국’ 소망으로 살았던 소록도 가족들이었다. 어떻게 김교신이 발행하는 『성서조선』과 연결되어 거의 매호마다 소록도 독자들의 간증이 실렸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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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의 사적을 부인하고 나사로의 최후를 의아해하는 자들이여, 눈이 있으면 와서 보라. 세상을 등진 저주의 생지옥에서(저들의 말에 의하면) 최후를 마치는 나의 형제들을! 몸은 비록 인생 최대의 고민기에 죽음에 처하였으나 그 얼굴에는 환희가 충만하니 나사로의 최후를 여실히 그려내지 않는가!

귀 있으면 와서 들으라. 단말마의 부르짖음이 아니라 오히려 찬미, 오히려 기도하는 그 기쁨으로 새 나라로 길 떠나는 이 광경을! 질병 이것이 무슨 곤고가 되며 이것이 무슨 힘을 가졌는가. 힘이 있다면 그것은 필경 없어질 육의 생명을 단축시킬 뿐이요, 썩어질 육체를 좀먹을 뿐이다. 그러므로 질병 그것의 힘은 우리의 신앙에는 하등의 힘이 못된다. 욥과 같은 신화적 성자가 아니라 가장 천박하고 가장 불행한 질병의 사람, 문둥이에게도 영생의 기쁨 있는가 없는가 와서 보라. (중간 생략)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후 4:16-18) 우리는 보이는 것, 즉 안개와 같이 사라질 육체에만 연연치 말고 몸은 비록 질병의 포로가 되어 오 척 병상(病床)을 자기의 천하로서 신음할지언정 심령만은 날로 새로워 광명과 환희가 충만한 저 새 나라를 동경, 아니 거기에서 웅비할 것을 믿고 기뻐합시다.

보십시오. 저 새하얀 구름 저편에 빛나는 보좌에 앉아 계신 주님이 우리를 오라고 소리쳐 부르시나이다.

오 질명아, 오려거든 오라!
쓰라린 고통아, 너 오려거든 오라
몸은 썩고 썩어 저주의 권화가 될지언정
주님의 손짓 따라 달음질하련다.
<소록도교회사 49-51쪽>

지금도 주일예배 때 부르는 찬송은 믿음과 천국 소망에 힘이 실린다. 은퇴한 나도 설교하면서 천국 소망이 손에 잡히듯 다가온다.

잠시세상에 내가살면서 항상찬송부르다가 날이저물어 오라하시면 영광중에 나아가리
열린천국문 내가들어가 세상짐을내려놓고 빛난면류관 받아쓰고서 주와함께 다스리리
한숨가시고 죽음없는날 사모하며기다리니 내가그리던 주를뵈올때 나의기쁨 넘치리라
열린천국문 내가들어가 세상짐을내려놓고 빛난면류관 받아쓰고서 주와함께 다스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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