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야제일교회가 개척교회 시절이던 1960년대 중후반 어느 날이었다. 남루한 차림의 사람이 찾아왔다. “저는 조금 전 출소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 십자가를 보고 왔습니다.” “참 잘 오셨습니다.”아버지는 그를 따뜻하게 맞아들여 식사를 함께했다.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 어렸을 때라 눈치를 흘끔 보며 식사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사연을 다 들어주시고 그 사람이 집을 나설 때,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격려금까지 줘가며 배웅했다.그런데 문제는 며칠 후 발생했다. 노회 주최 체육대회에 온 가족이 참석했는데, 돌아와 보니 집안이
1963년 1월 1일 새해 첫날이었다. 부산 가야제일교회를 담임하던 아버지는 가족들을 모아 놓고 중대 발표를 했다. 내가 6살 때 일이다. “이제부터 너희들 교육과 신앙의 세대 계승을 위해 가훈을 발표하겠다. 너희들도 훗날 성장해서 이 가훈대로 가정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가훈은 철저한 신본주의 가치관, 보수 개혁주의 신앙을 담고 있었다. ‘첫째,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 둘째,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 셋째, 이웃을 사랑하여 덕을 세우는 삶. 넷째, 범사에 감사하는 삶. 다섯째, 오직 성령충만하여 범사에 승리하는 삶.’
아버지가 1961년 전도사로 부임한 부산 가야제일교회는 초라하게 시작된 개척교회였다. 주님의 은혜 가운데 성장해서 68년 매입한 198㎡(59평) 부지에 예배당을 건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목회자 가정인 우리 집에서 예배당 건축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어느 날 아버지는 합판으로 헌금통을 만드셨다. 전면에 우리 4형제 이름을 기록했다. 때때로 어른들이 사택을 방문하고 과자 사 먹으라고 건네준 용돈이 건축헌금 1순위가 됐다.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 고철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건축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액수는 적
수년 전 남미 페루를 방문해 잉카문명의 현장인 마추픽추를 등정했다. 난생처음 해발 3000m 위에 있는 호텔에서 1박을 했다. 다음 날 습관대로 새벽에 눈을 떴는데 그날이 마침 생일이었다.나의 지나온 삶을 회상했다. 주님께서 내려주신 복을 헤아려보니 12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믿음의 부모를 만나 4대째 신앙의 가문에서 태어난 복이었다.“하나님 아버지의 섭리 가운데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게 하시고, 어릴 때부터 신앙교육을 받게 하셨습니다. 성경과 교회, 신앙생활을 중시하며 성경적인 가치로 교육·훈련받고 마음에 새길 수
나이 많아지도록 소식과 인사를 전해오는 분들이 무척 반갑다.2020년, 코로라19 때문에 교회가 예배 모이기 힘들고, 성도의 교제가 단절된다. 선교사들도 형편이 어려워 귀국하기도 한다. 전망이 어둡다.멕시코에서 사역하는 임 선교사가 카톡으로 현지 소식을 전하면서 자기의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란다. 그는 1989년에 동명교회가 파라과이로 파송하였으니 몇 년 전에 멕시코로 옮겼는데 지금은 60세를 넘긴 원로 선교사가 된 것 같다.답장을 띄웠다. “당신 부부도 나이가 많고, 사역지도 뜬금없이 멕시코로(파라과이에서) 옮겼으니 고생이 많을
“통 밥맛이 없어요. 무엇을 먹고 싶지도 않아서 묵는 둥 마는 둥 해요. ”코로나19 난리 통에, 작년에 만나고 지금껏 뵙지 못한 장인심 권사님(신성교회)의 힘없는 목소리가 전화통으로 들려온다.성탄절에 떡을 가지고 소록도까지 갔을 때, 손잡고 하고 싶었던 말 “따뜻할 때 잡수셔요” 하는 인사를 못한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 외부인은 동리에 들어갈 수 없어서.금년에 팔순을 넘긴 나이에 기력이 쇠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쩐지 짠한 생각이 든다.노인 교인들과 모여서 기도하고 찬송하는 일에 주일이 따로 없는 분들 아니던가. 정오기도를 모이
9월 2일 주일 오후 예배.소록도 5개 처 교회가 중앙교회에서 연합예배를 드리는 날 설교자로 초청을 받았다. 광주에서 오전 9시 10분에 출발하니 소록도에 11시 반에 도착했다.점심을 약속한 소설가 강선봉 집사 댁에 먼저 들렸다. 부인이 정성스러운 집 밥을 준비해서 내놓는다. 건너편 녹동 시장에 나가서 찬거리를 사 오셨다고.언제부터인가 이렇게 강 집사 집에서 밥을 얻어먹는다. 지금까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강 집사 내외가 한 끼 식사 대접하는 것을 기뻐하는 모습이 참 감사했던 것이다.오후 1시가 오후 예배 시간인데, 12시
소록도에 자주 드나들었다. 어느 해에는 3개 월 동안 소록도 교회들 주일예배와 수요 예배를 맡아 광주에서 소록도까지 시간 맞춰 다니며 예배를 인도했었다.섬겼던 광주동산교회 여자 성도들이 김치를 담가 남성교회에 나눠주러 갈 때면 중앙리 병사病舍에 들려 김신아金新牙 장로를 만났다, 부인은 중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서 소록도병원에 입원하고 있어서 혼자 생활하고 계셨다.그러고는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에 맞춰 찬송가를 함께 부르는 것이 큰 은혜와 감동이었다. 또 그가 지은 복음성가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찬 바위에 밤은 깊어가고/ 겟세마
지난 8월 22일(월)부터 24일(수)까지 경기도 안성에 있는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제27차 교갱협 영성수련회가 열렸습니다. 故 옥한흠 목사님에 의해 처음 1996년에 교회갱신협의회(이하 교갱협)가 창립된 이후, 목회자들의 갱신을 위한 첫 번째 영성수련회가 소망수양관(용인)에서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개최되어 왔습니다.금년에는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 끝에 참석자 모두에게 신속항원검사를 병원에서 받아 확인증을 제시함으로 참여가능하게 했습니다. 사전 검사를 함으로 양성 반응을 보인 몇몇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잃어버린 것도 많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도 받았다. 그것은 신앙의 본질에 더 집중하게 된 것이다. 위기의 때에 교회가 살 길은 비본질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의 생명력은 본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필자가 코로나 위기를 교회가 이기기 위해 기도하며 성경을 묵상하던 중 발견한 것이 ‘하나님과의 동행’이다. 에녹도, 노아도, 아브라함도, 다윗도, 히스기야도, 바울도 그들의 신앙의 중심에는 하나님과의 동행이 있었다. 에녹과 노아는 문자 그대로 동행했고,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을 좇아감
“통 밥맛이 없어서 오늘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북한 열리면 평양 가야 하는데 이러다가 통일도 못 볼가 싶어 걱정입니다.”소록도 장은심(가명) 할머니의 인사이다. 코로나19로 겪는 격리 생활에 지친 기색이다. 함께 생활하던 몇 분이 요양 병동에 입원해서 날마다 문병을 했었는데 그 일도 못한단다. 그렇지만 매일 정오면 신성교회 예배당에 네댓 명이 모이는 기도반은 계속하고 있단다.내가 소록도에 드나들면서 한국 교회의 아름다운 기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 기도반을 만났었다. 격려하면서 두세 사람만 남을 때까지도 이 모임을 끊지 말자고
6월 1일 우리나라 전역에서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민선 8기의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09명, 광역의원 797명, 기초의원 2718명, 시·도교육감 17명을 선출한다. 총 2324개의 선거구 선출 정수가 4132명인데 7616명이 중앙선관위에 등록을 마쳤고, 교육감 선거에서는 61명이 등록했다.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만한 관심을 모으지 못할지 모르지만 지방선거는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의 수준
이번 제59회 전국목사장로 기도회는 여러모로 뜻 깊은 시간이었다. 말씀과 특강, 기도회 등 모든 순서들이 감동을 주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바로 뮤지컬 ‘더 북(THE BOOK); 성경이 된 사람들’ 공연이었다. 총회장의 통 큰 결단으로 시공을 뛰어넘어 AD 1400년대 성경에 전부를 걸었던 믿음의 선조, ‘롤라드’들과 ‘은혜로운 동행’을 누리는 시간이 됐다. 참석한 목사 장로들 모두가 ‘교회여 일어나라!’는 마지막 커튼콜 노래에 기립박수로 호응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저 머리로만 알고 있던 종교개혁 5대 강령(오
※ 1907년 6월 15일 설립된 중흥교회는 광주 지방을 대표하는 중심교회로서 선교사나 외부인사의 도움이 아닌 당시 서방면 중흥리 일대에 살고 있었던 성도들의 자발적인 신앙과 헌신으로 세워졌습니다. 김성원 목사님은 중흥교회에 1대 유인식 목사, 2대 박문제 목사에 이어 1998년 9월 3대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향후 100년을 바라보면서 지방교회의 선교와 조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회를 영구적인 목표로 삼아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먼저 6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교갱협 목사님들께 인사를 부탁드립니다.저보
"하나님을 가까이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가까이하시리라 죄인들아 손을 깨끗이 하라 두 마음을 품은 자들아 마음을 성결하게 하라" (야고보서 4장 8절)며칠 전 큰아이가 신었던 작고 낡은 신발을 정리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또래 아이들보다 수년은 늦게 걸었기 때문에 한 번도 신지 못한 새 신발도 있었던 터라 닳아서 바꾸어야 하는 신발을 보니 늦지만 아이가 신체적으로 발달하고 있음에 뿌듯해서 감사의 고백이 나왔습니다.우리의 인생은 연습의 연속입니다. 누워만 있던 어린 아기는 때가 되면 기어 다니고 일어나고 이내 걸음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아이가 집에만 있는 것을 답답해해서 집 앞 공원을 한 바퀴씩 돌곤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아이와 달리 아이가 장갑 끼는 것을 너무나 싫어합니다. 억지로 껴주어도 이내 빼버려서 손이 꽁꽁 언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어떻게 하면 추운 날씨에 장갑을 끼지 않는 아이를 따뜻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중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패딩 주머니에 손난로 두 개를 넣어주니 아이가 손난로를 꼭 쥐고 꽁꽁 언 손을 녹이는 것이었습니다.어느날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게 되었는데 방문한 마트는 체온계 아래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교회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출석 교인 감소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헌금은 코로나19 이전의 77% 수준에 그친다. 특히 미래자립교회 운명이 위태롭다. 한국교회 전체 중 60% 이상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교회개척의 상당수가 이중직 목회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품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이런 현상은 선교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시 귀국한 선교사들이 선교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땜질식으로 생계를
얼마 전 TED 강연에 하버드대학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교수가 32년간 성인 5000여명을 대상으로 ‘사람의 행복과 불행의 사회적, 지리적 근접관계’ 에 대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강연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행복지수가 높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주위에 행복한 사람이 많으면 가까이 사는 사람들도 행복해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행복은 전염성이 높아 행복한 사람들이 속한 가정은 더 행복해지며 자연스럽게 행복한 사람들의 그룹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그룹으로 나
‘시작은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해서 한국교회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교회는 ‘질풍노도’(Strum und Drang)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코로나 뉴노멀’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 듯 코로나19 전후의 변화는 매우 클 것이다. 과연 한국교회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한국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모델 교회’가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안디옥교회라고 생각한다. 안디옥교회는 최초의 이방인 지역에 세운 교회라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교회
"의인의 아비는 크게 즐거울 것이요 지혜로운 자식을 낳은 자는 그로 말미암아 즐거울 것이니라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 (잠언 23장 24,25절)저에겐 마치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 어린시절의 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할머니 댁에 가는 길에 아버지께서 주유소를 들르시면 “이젠 차가 배불러서 잘 가겠어요”라고 이야기 했던 어린 제 모습입니다. 운전대를 잡으신 아버지를 믿었기에 긴시간을 걱정 없이 잠을 청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참 행복했음을 새삼 느낍니다.몇 달 전 지하철 역 앞에서 아버지를 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