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영화「링컨」을 관람했다. 그 영화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개봉되자마자 큰맘 먹고 영화관에 갔다. 상영시간이 150분이나 되고, 내용 자체가 남북전쟁 기간 중 노예 해방을 위해 헌법13조 수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 영화라 자칫 지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링컨이 고뇌 가운데 정치력을 발휘하여 극적으로 역사적인 대업을 성취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주연 배우 대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Lewis)의 연기였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연말 한학기 동안 강의했던 총신대학 신학대학원 신학도들의 연구 보고서를 채점한 일이 있습니다. 같은 주제하에 작성된 보고서를 일괄적으로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났습니다. 수많은 문장과 문단으로 구성된 보고서에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보고서와 의례적인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절박함이 묻어있다는 의미는 신학도로서의 학문에 대한 치열함과 소명에 대한 열정, 그리고 맡겨진 영혼들에 대한 목회현장의 확신이 담겨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의례적이라는 의미는 과정을 끝내야 하니까, 점수를 받아야 하니까, 교수가 지시하였으니까 따른다는 마음이
지난 한 해 동안 막중한 사역 중에도 늘 교회갱신협의회를 기억해 주시고 아낌없는 기도와 후원으로 마음을 담아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교갱협 대표회장으로서 여러분을 직접 뵙고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이렇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음이 무척 송구스런 마음입니다.돌이켜 보면 지난 2012년은 마음이 너무 힘든 한 해였습니다. 특히 하반기 총회를 둘러싼 교단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행태는 너무 부끄럽고, 세상이 교회를 조롱하는 사건의 중심에 우리 교단이 서 있다는 것은 늘 기도의 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지난 연말에 막을 내린 드라마「뿌리깊은 나무」에 등장했던 궁녀 소이, 그녀의 모습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무척 흥미로웠다. 비밀조직 밀본은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를 막고자 ‘훈민정음해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해례 책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이가 바로 해례였다. 그녀는 머릿속에 훈민정음의 모든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밀본에게 쫓기다 독화살을 맞은 그녀는 마지막 사투를 벌이며 옷을 찢어 종이 삼고 피를 먹물 삼아 해례를 남긴다. 연인 채윤은 소이의 죽음을 뒤로 한 채 눈물을 삼키며 해례
오늘날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되고 있다. 심지어 변화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이다. 옳은 말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런가? 갈수록 세상이 타락하고 살벌해지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변화는 정확히 말하면 변질이다.이런 세태 가운데 오히려 변질되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해 본다. 예컨대 상록수 같은 것이다. 사시사철 묵묵히 푸른빛을 잃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상록수의 모습이 얼마나 품위가 있고 아름다운가!세상
지난 여름은 난생 처음으로 겪는 폭염으로 온 국민이 밤마다 잠을 설치며 고생해야 했다. 그래도 열대야 가운데 즐거워할 수 있었던 것은 런던올림픽에서 선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최선을 다했던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당당히 시상대에 서고, 태극기가 높이 게양되는 가운데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그런데 그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감동이 있었다. 이른바 ‘노메달의 감동’이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내가 할 수만 있다면 그
지난 4월 15일은 타이타닉 호 침몰 100주년이었다. 영화「타이타닉」으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이 참사는 1912년 4월 15일 무려 1,514명이 사망한 사상 최악의 해난 사고였다. 승무원이든 승객이든 그런 참사가 발생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체육관과 수영장, 그외 호화로운 부대시설의 혜택을 누리며 유락에 빠져 있었다. 특히 1등석 승객들은 최고급 음식과 유흥을 제공받았는데, 침몰 당일 마지막 점심식사 메뉴판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거기 보면 몇 가지 코스 요리를 비롯해서 무려 40가지 선택 요리가 적혀
일본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이 자기 방에 틀어 박혀서 3년이든 5년이든 도무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히키코모리’라고 하는데, 문제는 이 아이들이 처음 자기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을 찾아가 보복한다는 것이다.이 증상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우선 우울증의 증세가 심해지고, 공동체 생활을 못하게 되며, 성적으로도 변태적 성향을 가지며, 자기 분노와 상처에 몰입되어 살아간다. ‘히키코모리’가 자라면 강호순 같은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아이들이 ‘히키코모리’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물론 다양한
얼마 전 한 취업·인사 포털 사이트에서 우리나라 대학교 4학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5명 중에 무려 4명꼴로 졸업을 앞두고 불안함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일명 ‘4학년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미래를 이끌어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불안증후군에 심각하게 시달리는 현실을 그야말로 여과 없이 잘 드러낸 것이다. 부의 양극화, 무한경쟁, 88만원세대라는 살벌하고 서글픈 단어가 우리 젊은이들이 살아가야할 이 시대의 현실을 대변한다.경제가 성장했음에도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기현상, ‘고용 없는
1978년 8월 4일! 그 날은 내 평생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강원도 송포에서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을 만난 날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선교단체 수련회에 참석했을 때였다.불신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그 이전까지 기독교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부정적이었다. 내가 살던 동네에 박태선 전도관(이단)에 다니던 교인 집이 있었는데, 얼마나 소란하게 박수치며 모임을 갖는지 진저리를 칠 정도였다. 이단과 정통을 구분하지 못한 나에게 기독교는 광신도들의 집단으로 여겨졌다. 그런 나에게 대학 시절 친구(우리교회 이영재 안수집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수많은 일들을 돌아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 찬 세상임을 절실히 느낀 적이 있다.영국, 칠레 등 유럽 중남미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폭동사태, 이집트와 리비아를 위시한 중동 지역에서 일어난 격렬한 민주화 시위, 미국의 가진 자들의 탐욕에 대항해서 일어난 월가 시위행진. 세계 곳곳이 조금만 건드리면 이 때까지 참아온 울분을 ‘펑’하고 터트릴 기세이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당신은 현실에 만족하는가?’라는 주제로 20대부터 80대까지 평범한 시
"똑같이 출발했는데 세월이 지난 뒤에 보면 어떤 이는 뛰어나고, 어떤 이는 낙오되어 있다. 이 두 사람의 거리는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에 달려있다." 명언의 고수라고 알려진 벤자민 프랭클린의 글 속에 있는 경구입니다.2011년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단단한 각오를 하고 출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밑입니다. 한 것 없고,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질 만큼 시간의 빠름을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특히 놀랄 정도가 아니라 기함을 할 정도로 변화하는 사회의 변이속
아일랜드 출신 작가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유명한 희곡이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인데,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그런데 그 내용은 의외로 단순하다. 황량한 무대 중앙에 고목나무 한그루가 서 있고, 두 사람이 마주 서 있다. 그들은 고도(Godot)라는 미지의 인물을 기다리며 대화하는데, 별 의미도 없는 말들을 나눈다. 연극이 끝나도록 기다리는 고도는 오지 않고 그냥 그렇게 끝나버린다. 학자들은 도대체 고도가 누구인가? 무엇인가? 궁리하며 연구했다.혹자는 ‘자유’다,
최근 책을 읽으면서 정리해두었던 감사에 대한 명언들이다. 하루 종일 진심으로 감사하고 축복하고 사랑하면 반드시 바뀐다. 내가 바뀌든지 아니면 그 사람이 바뀌든지. 감사가 넘치면 죽음의 형장을 걸으면서도 시를 읊는다.불만이 가득하면 홍수 속에 가까스로 구조되고도 구조대를 향해 늦었다고 욕을 한다. 감사를 잃은 인생은 가난하다. 감사는 감사를 부르고 감사를 낳는다. 원망은 원망을 부르고 원망을 낳는다. 감사할 일도 원망하는 이가 있고, 원망할 일도 감사하는 이가 있다. 감사도 원망도 내가 선택한다.M.J 라이언은 ‘감사’라는 책에서 인
안식년을 시작하는 주일 주보에 7년 전 내가 어떻게 우리 교회로 오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면서 옥한흠 목사님과 김광일 장로님 두 분을 언급했습니다. 김 장로님이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 사랑의교회를 출석하면서 서로 알게 되었고, 비슷한 연배였던 두 분은 서로를 훌륭한 목회자로, 믿음의 정치인으로 존경하고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두 분은 부산중앙교회에 대해서 일면지식도 없는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하는데 다리 역할을 하셨습니다. 옥 목사님은 전화로 부산중앙교회를 적극적으로 천거하셨고, 얼마 후 김 장로님이 교회 대표로 독일로 오셔서 만나게
저는 제가 목사가 된 것이 참 좋습니다. 교회를 개척하는 사역을 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만일 70이 되어 은퇴를 할 때에 몸이 건강하다면우리 부부는 새로운 도시에 가서 교회를 새로 개척하자고 오늘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교회가 어느 정도 안정에 접어 들면 (아마도 성도수 3백명 정도?)그때까지 확실한 목회자들을 길러서 그 교회를 맡기고, 우리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처음부터 다시 또 개척을 하자고우리 부부는 종종 이야기하곤 합니다.소유하기 위해 교회를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성공하기 위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아닙니다.사랑하기 위해
얼마 전에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돈을 모을 때는 수고의 짐이요, 지킬 때는 공포의 짐이요, 사용할 때는 유혹의 짐이요, 낭비할 때는 죄책의 짐이요, 잃을 때는 슬픔의 짐이다. 그래서 결국 돈은 짐이다.”프란시스 쉐퍼라는 사상가는 ‘목적 없는 돈의 추구가 현대인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현대인들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와 성찰 없이 그냥 무조건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회에는 사람보다 돈이 크다. 돈을 작게 여기고, 사람을 크게 생각해야하는 게 맞는 일인데,
코스모스가 피어나기 시작하면 ‘아, 가을이구나!’ 하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개나리가 봄이 옴을 알리는 봄의 전령이듯이 코스모스는 가을의 전령이다. 길가에 피어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의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새 가을의 상쾌함에 마음이 환해진다.코스모스(cosmos)라는 꽃 이름은 본래 그리스어로 ‘우주’, ‘질서’, ‘조화’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코스모스를 보면, 그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가냘픈 모습의 들꽃에 불과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광대한 우주의 신비 못지않은 창조의 신비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코스
영국의 사상가요 평론가였던 아놀드 베네트가 “아침 5분의 여유가 인생을 결정한다” 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 서두에 재미있는 전쟁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아침 이불에서의 전쟁입니다. 전날 밤 이 남자는 내일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도록 자명종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자 전날의 결심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10분만 더 잘 수 있다면 너무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어 자명종을 끕니다. 어제 밤에 아침에 30분 일찍 울리도록 해 놓은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30분 단
얼마 전 감동적인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오래전에 상처한 한 할아버지가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할머니에게 프러포즈하면서 어색하게 고백하는 말입니다. 그의 동년배인 다른 할아버지는 치매 걸린 아내를 극진히 돌보고 있습니다. 고생해서 키운 자식들은 부모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마지막에 아내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할아버지는 연탄불을 피우고 동반 자살합니다. 혼자 살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이것이 우리 시대 부모들의 모습이고, 또한 노인들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아주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65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