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백주한 장로님, 그분은 늘 밝은 미소, 그리고 털털한 성품과 막걸리형 목소리가 제대로 조화되어 친숙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분이었습니다. 그 날도 마치 경로당에서 갓 나오신 것 같은 모습으로 제 응접실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담담히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목사님, 우리 늙은 부부가 어느 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천국 상급을 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참 많은 은혜를 받았는데 삶의 마지막 시기에 그 은혜를 갚고 천국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목사님, 우리 부부가 다 세상을 떠
8월이면 조국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더욱 생각하게 됩니다.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열한 살에 러시아로 건너가 니콜라이 2세 황제 대관식에 초청받을 정도로 인정받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조국이 없이는 우리가 존재할 수 없고 조국이 멸망하고 형체가 없어지면 우리는 정처 없이 떠도는 부평(浮萍)이라”는 그의 말이 조국의 의미를 더욱 생각하게 합니다.“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조국을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 없소. 조국에 바칠 몸이 오직 하나밖에
프리드리히 니체가 그토록 사랑하였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 함께 이태리 피에몬드 지역에 있는 사크로 몬테 산을 올랐습니다. 사크로 몬테는 ‘신성한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니체는 그 산을 오르면서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잔뜩 신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과연 이렇게 세속화된 시대에 신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무신론자라도 신성함을 추구할 수 있을까.’니체가 살로메와 함께 그곳을 찾은 이유는 ‘신이 죽은 시대에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사실 사크로 몬테라는 곳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라는 책을 쓴 한 여의사는 40대 초반 개업한 지 1년 만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남편과 가족을 원망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 병이 악화됐는데도 병원 문을 닫을 때까지 15년 동안 진료하며 강의도 하고 다섯 권의 책을 쓰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플랭클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저녁, 죽도록 피곤한 몸으
창의성이 큰 관심을 받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한 정신과 의사가 경영자들 모임에서 심리상태를 조사해본 결과 내면에 창의적 심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2.3%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 마음 안에 창의성을 가로막는 심리 장벽들이 높다는 것입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집단의 구성원과 다른 견해를 주장했을 때 외로움을 겪거나 손해를 입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다른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에 순응하게 됩니다. 남들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내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조직에서 회의할 때 새로운 의견을 내놓았다가 괜히 모난 돌이
말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합니다. 리더십이 있는 말은? ‘카리스마’,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말은? ‘오바마’, 원자폭탄을 맞은 말은? ‘히로시마’, 외적을 물리치는데 한 몫을 한 말은? ‘행주치마’, 엄마 말이 길을 잃어버렸을 때 쓰는 사자성어는? ‘맘마미아’, 조폭 두목이 타는 말은? ‘까불지마’입니다.특히 사람 뿐 아니라 짐승인 말도 제일 싫어하는 교인이 있습니다. 그는 ‘말꼬리 잡는 교인’입니다. 또한 말을 이리조리 돌리는 교인입니다. 말을 바꾸는 교인입니다. 말머리 돌리는 교인입니다. 그렇습니다. 말은 복
스페인이 낳은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는 어릴 때부터 첼로의 신동으로 불렸습니다. 그는 13세 때 우연히 헌 책방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필사본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서둘러 그 곡을 발표하지 않고 연주가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무려 12년 후 25세가 되어서야 이 불멸의 명작을 완전한 연주의 형태로 공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17세기 유럽의 지식인이요 스페인의 철학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이라는 목발은 헤라클레스의 무쇠 몽둥이보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한다. 신은 회초리
우리 교회 부목사님으로 시무하였던 박희기 목사님께서 일로제일교회 위임목사로 취임하는 날이었습니다. 약 60여명의 성도들과 함께 토요일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하여 박목사님 내외분에게 기쁨과 격려를 드렸습니다. 식사시간에 홍어회와 꼬막 무침은 남도 음식의 별미 중에 별미였습니다.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는 저에게 허리가 거의 90도로 굽어진 할머님 한 분이 너무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오셨습니다.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얼굴에 이마에는 인생 계급장인 굵은 주름살이 선명하게 많았습니다. 제 손을 두 손으로 꽉 잡고 흔들던 그 어르신께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1931년 동양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인도의 시성(詩聖)이라고까지 불리는 그는 인도의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던 민족의 정신적 중심이었습니다. 그는 일제 식민지배 하에 신음하던 우리나라에 ‘동방의 불꽃’이라는 시를 선물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스스로 잊지 못할 일화가 한 가지 있습니다.하루는 그의 집에서 부리는 하인이 세 시간이 넘게 지각했습니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타고르는 속으로 그 하인을 당장 해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시간을 지각한 하인이 허겁지겁 달려오자 타고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
지난 6월 17일 미국에서는 또 한번의 끔찍한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21세 청년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톤에서 흑인교회에 들어가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교인들에게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9명의 사상자를 냈다. 지난 수 년간 흑인들에 대한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행위 등으로 미국 흑인사회가 분노에 차 있었던 터라 이 사건은 초미의 관심사였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그런데 이 청년의 보석신청 재판에서 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희생자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청년을 향해 “당신을 용서한다”며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를
옛날 로마 사람들은 멀리 원정을 나가 몇 달 혹은 몇 년씩 전쟁을 한 다음 많은 전리품과 함께 포로들을 끌고 와 승전고를 울렸습니다. 개선하는 장군과 군사들의 몸에는 피비린내와 땀 냄새가 섞여 악취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돌아올 때면 많은 향을 피워 온 성이 향내로 가득하게 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도 바울을 통해 고린도 교인들에게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해야 할 사명을 가졌다”고 하면서 “그 복음을 증거하는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약이라도 환자가 믿고 복용하면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의사 헨리 비처는 모르핀이 부족하자 식염수를 모르핀이라 속이고 통증을 호소하는 병사들에게 투여했다. 놀랍게도 병사 중 상당수는 실제로 통증이 완화되는 걸 느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2007년 불면증 환자들이 수면제의 효능과 상관없이 약을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느껴 불면증이 나아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는 이와 반대로 환자가 효과 있는
“14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에게 전화번호를 쓰게 하고 강제로 교회를 구경 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법에 저촉 되는 것 아세요?” 젊은 아주머니가 교회로 들어와 그 교회 담임목사님을 만나 소리 높여 외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곁에는 경찰 2명을 대동하고 자기 자녀에게 거리 전도 때 전화번호를 적게 한 좋지 않은 목사라며 고성과 협박을 계속 하는 것이 아닙니까?목사님은 그 수모를 받으면서 할 말이 많았지만 주님 십자가를 바라보며 끝까지 참으며 낮은 목소리와 예의를 갖추어 대답을 하였습니다.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가서 교회가 적은 어린 학
아주 어릴적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었다. 사실, 재미있어서 읽은 건 아니고 한번 읽기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읽었다. 다 잃고 나서도 감흥을 전혀 못 느꼈던 것 같다. 당연히 책 내용을 이해를 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제목에 대해 품었던 의문이 있었다. 전쟁과 평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두 단어가 왜 같이 쓰여지고 있지 하는 그런 의문 말이다. 그러다가 많은 세월이 흐르고 흐른 후에 어렴풋이 집히는 게 있었다. 그렇게 인생은 전쟁과 평화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그 가운데
5월 21일 케냐 나록(Narok)에 있는 마사이(Maasai) 촌락을 방문했다. 목적은 우물 개발을 위한 현지 답사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교회와 성도에 대해 뜻하지 않았던 신선하고 아름다운 가슴 떨림이 있었다.교회는 갓 개척된 교회였다. 주변에 교회가 전혀 없는 지역이었다. 우리는 이 교회를 일명 '나무 밑 교회'라고 이름 지어 불렀다. 사진 그대로이다. 건물? 꿈도 꾸지 마시라. 엉성한 나무 조각으로 이뤄진 네 줄짜리 좌석이 전부다. 성도는 10여 명. 강대상이 보이는가? 이보다 더 소박하고 소탈한 강대상이 있을까?그러나 이 교
그 장로님의 지능지수는 약 150이 넘습니다. 너무 가난한 목사님의 아들로 성장하여 교회와 사회를 향한 반항심이 컸습니다. 그 장로님은 김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평생 김밥을 먹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소풍을 갈 때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싸오는 김밥 도시락을 가져 갈 수 없었습니다.친구들끼리 모여 오손도손 김밥 도시락을 열어 먹는 것이 부럽고 화가 나서 그들의 도시락을 발로 차버리므로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기피 학생으로 자랐습니다. 결국 그는 큰 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는 별 두 개를 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을 경외
교회의 적정 규모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커질 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커지면 폐단도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가족과 유사한 공동체입니다. 교회가 가족과 같다는 것은 오래 함께 하고, 함께 성장하고, 관계성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사람 수가 많아지면 공동체를 조직화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공동체적 관계를 제도적 장치들이 대신하게 됩니다. 교회의 운영이 관료화됩니다. 그래서 교회가 커지면 위계에 의한 관리, 효율성에 의한 관리가 형성됩니다. 교회의 사이즈는 목회자(설교자)와 성도들이 인격적 관계성을 가지고 접촉
“제가 만일 주께 은총을 입었거든 제 생명이 다할 때에벌거벗은 몸으로 지하에 돌아가게 하시고,저의 소유라고는 살아생전에 다 주님을 위하여 무가 되게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주께서 저를 위하여 무가 되었사오니 저도 주를 위해무가 되는 것이 마땅합니다.주께서는 세상을 떠날 때에 속옷까지 원수에게 주셨는데그리고 벌거벗은 몸으로 십자가 위에서 운명 하셨는데제가 어찌 감히 수의를 입고 세상을 떠나겠나이까?” (이용도 목사)성경은 구주 예수님의 우리를 위한 대속의 역사가 완성된 곳으로 골고다 십자가의 죽으심을 지명합니다. 그 은혜로 인하여 성
목사건 성도건 간에, 누구든지 간에 서푼어치 지식으로 선생질하려 들지 말고 이 세상 살 동안 영원한 학생으로 살며 자신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울 정원의 화초들은 그렇게 다른 화초들에게 감 내놔라 콩 내놔라 팥 내놔라 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이겨내고 자기 스스로 피어내고 자기 스스로 질 줄 알더라. 그렇게 자기도 존재하고 남도 존재하는 그 현장에서 피어나면서 등장하고 지면서 물러나는 정(正)과 반(反)의 과정을 거치면서 합(合)을 만들어가더라. 화초들의 그 변증법적인 생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도 그러해야 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누가 나에게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할 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생명과 가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 참,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질문 중에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질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나님이 좋으냐 사람이 좋으냐 하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하는 질문이다. 나는 이 두 질문이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이기에 좋아하고, 사람은 사람이기에 좋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엄마는 엄마이기에 좋아하